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시선속에서

by 글조아 2024. 11. 22.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내용, 사건, 장소 등은 모두 픽션입니다!

ㅡ몇가지 공포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ㅡ

 

 

새벽 아침, 눈을 뜨자 화병에 담긴 시든 꽃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꽃을 때만 해도 생생했던 것 같은데' 따위의 생각을 하며 새로 담을 꽃을 가져왔다. 시든 꽃은 은방울 꽃이었다. 꽃말은 언젠가 찾아올 희망’ . 심은 꽃도 은방울 꽃이었다. 그리고 곧장 학교로 향했다. 참 재수없는 날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문 앞까지만 해도 수군댔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자리에 가서 앉자 잦아들었던 소리는 뚜렷한 눈총이 되어 돌아왔다. 손과 발에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프지 않은데도 온 몸이 저릿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미쳐버릴만큼. 숨은 잘 쉬어지고, 아무도 날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몸이 저릿거렸다. 아니, 서서히 따가워지고 있었다. 몸이 따가워지는 중에도 시선들이 나를 집중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1교시가 시작됐다.

 

ㅡ"학교가 끝난 뒤, 하교 후에는 무엇을 했지?"

하교 종소리가 울리고, 인파 속에 섞여 집으로 향했다. 관심이란 단어를 잊어버린 듯한 일정한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곧은 시선을 유지하고서. 아니, 누군가의 입에 꽃잎을 쑤셔넣었던 기억도 있기는 하다. 그 뒤 도어락이 잠긴 소리가 나고, 곧장 신발을 내팽개쳤다.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자마자 신물이 올라왔다. 변기 뚜껑을 열자 참아냈던 게 모두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우-우웩” 창백해진 얼굴로 변기물을 내리고 주저앉았다. 입에서 토해낸 역겨운 냄새가 코를 맴돌고, 식은땀과 눈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화장실 바닥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겨우 입을 헹궈내 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다친 곳이 없는데도 사지가 찢길 듯이 아픈 건 무슨 의미일까.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방에 처박혔다. 불도 제대로 켜지 않은 방에서 눅눅해진 과자를 씹었다. 그러다 스크롤을 내렸다. ...'은방울꽃의 효능'. 꽃말에 눈이 가 마우스 커서를 링크로 향했다. 로딩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과자 한 개를 집어먹고 기름묻은 손으로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그걸 본 내 얼굴은 마치 썩은 귤처럼 구겨졌다. ....'이러하여 좋은 꽃말이 많지만, 사실 은방울꽃은 맹독을 가지고 있다. 시도해보지는 말자.'. 씹고있던 과자가 마치 등굣길에 보았던 죽은 쥐의 내장 같았다. 입을 헹구려고 거실로 나가는 길에 베란다 창문 옆 탁자에 놓여있는 은방울 꽃이 담긴 화병이 보였다. 은방울꽃을 보니 그 글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다. "..허." 아무래도 그 글쓴이는 은방울꽃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저걸 왜 들여놨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씹던 과자정도의 식감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입을 헹구기엔 썩 좋지는 않았다. 죽은 쥐의 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썩은 은방울꽃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ㅡ"여기까지가 심문 내용입니다."

ㅡ"허... 이것 참. 완전 정신을 놨구만. 그래, 구속되기 전엔 어땠지?"

ㅡ"은방울꽃 대신 양귀비라도 달라며 둔기를 휘둘렀습니다."

ㅡ"....그만큼 절박했나보지. 이번 사건이 살인사건인 만큼, 우리도 조심해야해."

ㅡ"예! 언제나 용의자를 주시하겠습니다."

ㅡ"아니, 을."

 

그 뒤로 웃음을 흘렸다. "흐..." 그맘때쯤 나는 생각했을 것이다.  '바보들. 꽃을 조심하라면서.'

그리고 그 쯤엔 이미 내 옷에서 은색 꽃가루가 창살 밖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아니, 분홍색 가루도 함께.

.....꽃말이, '희망' 이었던가?